
넷플릭스 추천 영화 리뷰
<파워 오브 도그>
개봉 : 2021. 11. 17
감독 : 제인 캠피온
출연 : 베네딕트 컴버배치, 커스틴 던스트, 제시 플레먼스, 코디 스밋 맥피
영화 <파워 오브 도그>는 셜록홈즈와 닥터 스트레인지로 매우 익숙한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입니다. 베니딕트 컴버배치가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에 노미데이트 되기도 했죠. 이 작품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포함 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총 12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는데요. 최종 감독상을 수상하면서 작품성을 인정 받은 영화입니다.
저는 최근에 넷플릭스에서 감상하였는데, 볼 때는 물음표가 떠나질 않았지만 보고 나니 생각하고 해석할 거리가 많았던 흥미로운 영화였습니다.
1. 폭력이 없어도 폭력적인 도입부
영화의 시작은 필 버뱅크라는 인물의 마초적인 성향을 드러내는 데 집중합니다. 그는 남편을 먼저 떠나 보낸 여인과 그 아들 앞에서 죽은 남편을 서슴지 않게 조롱하고, 여성스러운 면모가 있는 소년 피터를 많은 사람들 앞에서 모욕합니다. 그가 엄마를 위해 만든 종이꽃을 불태워 담배에 불을 붙여 버리기도 하죠.
황량한 영화의 배경이며 주인공의 마초적인 성향을 생각했을 땐 총 쏘는 소리가 난무하고 액션씬이 수두룩 할 것 같지만, 필이 분에 못 이겨 주먹으로 말을 마구 폭행하는 장면 외에 폭력적인 장면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필이라는 인물 그 자체만으로도 작품의 도입부는 굉장히 폭력적으로 다가 옵니다. 큰 사건 없이 잔잔하게 흘러가는 듯 하지만 묘한 감정 소모가 생기는 느낌이었죠.
그렇게 살면서 절대 가까이 지내고 싶지 않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면서 관객은 필이라는 캐릭터에, 그리고 영화에 몰입하게 됩니다.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는 동생과 한 침대에서 잠을 자는 모습을 보여 주기도 하고, 부모님에게 편지를 쓰면서까지 동생의 결혼을 반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필. 도대체 어떤 스토리가 도사리고 있을 지 궁금해 지기도 하고, 묘하게 긴장이 되기도 하죠.
2. 숨기고 싶은, 숨겨야만 하는 진짜 모습
영화가 중반부로 접어 들면서 각 인물들의 진짜 모습이 조금씩 드러납니다.
우선, 거칠고 마초적인 남성 그 자체였던 주인공 필은 의외로 집요하리만치 섬세한 면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동생 조지와 결혼해 저택에 함께 살게 된 로즈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녀가 사별 했다는 것 외에 큰 이유는 없어 보이지만, 그렇게까지 싫어하고 또 괴롭히는 것을 보면서 혹시 필이 동생 조지에게 이성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이 생깁니다. 두 사람은 20년 넘게 함께 일을 해오며 한 침대에서 생활했던 사이니까요. 그리고 필에게 그런 성 정체성을 심어준 사람은 바로 그가 주구장창 언급하는 '브롱코 헨리' 라는 인물이 아니었을까 싶고요.
아무튼 필은 아주 숨 막히는 방법으로 로즈를 괴롭힙니다. 폭력을 쓰지도 조롱을 하지도 않고, 로즈의 심리적 압박감을 이용해 그녀를 괴롭히고 견딜 수 없게 만들죠. 필이 피아노 연습을 하는 로즈를 좌절하게 만드는 장면은 특히 인상 깊습니다. 필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괴로워 하는 그에게 서서히 다가오는 카메라의 무빙은 조용하지만 공포스럽기마저 하죠.
결국 로즈는 주지사 부부와 시부모님을 초대한 저녁 식사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지 못하고, 이후로 서서히 병들어 갑니다. 남편인 조지도 그녀를 케어해주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로즈가 알코올에 의존하면서 하루하루 필의 압박을 견디며 살아가고 있을 때, 의대에 진학한 아들 피터가 방학을 맞아 목장에 방문하게 됩니다.
새하얀 얼굴과 하늘하늘한 몸을 가진 여성적인 캐릭터 피터. 필과는 대척점에 있는 정반대의 캐릭터임에도, 피터는 필과 가까워지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이 내면에 감추고 있던 '진짜 모습'이 조금씩 드러나죠.
거친 남자의 모습을 표방하면서도 아무도 없는 곳에서 브롱코 헨리의 이니셜이 새겨진 수건을 활용해 자신의 나체를 탐닉하는 필과 바람 불면 쓰러질 것 같은 유약한 모습을 하고 있으면서도 무표정한 얼굴로 어머니가 귀여워 하던 토끼를 해부하는 피터. 그들의 실재적 자아가 드러나는 과정을 통해 영화는 고정관념을 뒤흔들고 통념을 무너 뜨립니다.
두 사람이 가까워 지면서 피터는 서서히 필과의 관계에서 심리적 우위를 점하게 되고, 결국에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 지는 영화를 통해서 직접 확인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캐릭터와 스토리, 그리고 결말로 인해 사유하게 되는 것들 뿐 아니라 프레임 속 프레임을 둔 화면 연출 등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요소들이 정말 많았던 영화 <파워 오브 도그>. 넷플릭스에서 볼만한 영화를 찾고 계시다면, 한번씩 감상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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